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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클래식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즐거움

by 해랑09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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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구멍이 뚫린 사건이야. 마치 도넛 같지."

 

고전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클래식함이 주는 즐거움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색감으로 포스터부터 시선을 끕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고전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클래식함을 주는데요. 제가 어릴 때부터 즐겨 본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또 '클루'라는 추리 보드게임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나이브스 아웃>은 노인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할런 트롬비'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추리극인데요. 거대한 재산을 가진 이 할런 트롬비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의 자녀와 손주들, 그의 간병인 마르타까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고 탐정 브누아 블랑이 그들을 조사하며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는 클래식한 소재와 영화 전반적인 색감, 분위기, 미술적인 부분이 모두 고전의 느낌을 물씬 풍겨서 보는 내내 오랜만에 고전 추리극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브누아 블랑의 추리를 지켜보며 함께 플레이어가 되어 추리해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영화의 제목인 Knives out의 뜻은 직역하면 '칼을 뽑아들다' 정도인데 문맥에 따라 의역을 해 보자면 '상황을 험악하게 만들다', '누군가를 강력하게 비난하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극중 할런가의 사람들이 간병인 마르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본 블랑이 한마디 할 때 이 표현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캐스팅을 보는 재미

추리극인 만큼 등장인물들도 많은데요. 라이언 존슨 감독이 10년 전부터 구상한 작품인 만큼 대사 하나하나가 단서처럼 작용하고 캐스팅 또한 화려합니다. 손자인 랜섬 역의 '크리스 에반스', 브누아 블랑 탐정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할런의 아들 월트 역의 '마이클 섀넌', 간병인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 등 할리우드의 올드&뉴를 아우르는 호화 캐스팅으로 익숙한 얼굴들과 뉴 페이스 배우들을 보며 반가움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용의선상의 오른 캐릭터들 모두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데요. 특히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많지 않지만 할런 트롬비의 간병인으로서 그의 가장 최측근이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마르타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격인 캐릭터인데 거짓말을 하면 구토하는 증상이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영화의 추리를 더욱 재미있게 합니다.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추리극

다양한 캐릭터와 더불어 극중 마르타가 할런에게 실수로 다른 약을 주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녀가 살인범이 될까 할런이 급하게 알리바이를 짜 주는 장면이 초반부터 드러나 이것이 마르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할런이 전 재산을 할런가의 피가 섞이지 않은, 완전한 남이기도 한 마르타에게 주겠다는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할런가의 사람들이 당황하고 동요하는 모습이 재밌는데요.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블랑의 말대로 누가 할런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누가 할런의 재산을 상속받을지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보다 보면 130분의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도넛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사건'이라 표현하는 블랑의 말대로 극 중반부까지 보다 보면, 짜여지지 않고 흩어진 개별의 단서들이 오히려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사람도 범인 같고, 저 사람도 범인 같다는 혼란 속에서 블랑이 어떻게 단서를 조합해 결론을 이끌어내는지 보면 흥미롭습니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부분의 반전까지도 있어서 끝까지 보고 나면 결말까지 아주 잘 설계된 한 편의 추리극을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듭니다.

 

단순한 추리극 같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저마다의 목표, 삶의 태도를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엿볼 수 있어서 전체를 아우르는 살인 사건과는 별개로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관찰하게 되는 재미도 있습니다. 22년도 하반기에는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작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가 됐었는데요. 그 역시도 기대하게 만드는 잘 만들어진 추리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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