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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그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by 해랑09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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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왜 젊은이들만 총알받이가 되는가?"

 

기존의 전쟁 영화를 탈피하면서도 가장 성공한 전쟁 영화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영화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이 영화는 감독의 이름과 그 소재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상당한 이슈 몰이를 했는데 개봉 후에도 역시 많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전쟁 영화로서는 큰 흥행을 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다이너모 작전)'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기존의 익히 봐 왔던 전쟁 영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기존의 전쟁 영화가 어느 한 편의 지우쳐서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모두가 살기 위해, 서로가 목숨을 걸고 함께한 '승리의 후퇴'를 그린다. 

 

더욱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분리된 3개의 시간과 상황을 교차로 편집하여 영리하고도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땅, 하늘, 바다에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수행하는 육, 해, 공군과 민간인 조력자들의 이야기가 시간 순서 상관없이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이전까지 전쟁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전개 방식인 것도 눈에 띄지만 한 가지 더 두드러지는 것은 이 영화에는 명확한 '주연'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 나온 모든 캐릭터들 대다수가 제대로 된 이름 한 번 불리지 않거나 이름이 나와도 딱히 메인 주인공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은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주연이라는 역할 안에 이 덩케르크에 모여 있는 모두를, 그들을 구출하려는 사령관, 군인, 민간인들 전체를 넣음으로써 각자의 시간과 상황에서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그 모두가 주인공임을 느끼게 한다.

 

많은 전쟁 영화들이 승리와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다르게 덩케르크는 생존을 위한 탈출, 후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굳이 이 영화를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을 했는지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다수의 선을 위해 아름다운 후퇴를 선택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구출해 낸 사람들의 크고 작은 영웅들과 희생을 좀 더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좀 더 가까이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땅에서의 7일과 바다에서의 1일, 하늘에서의 1시간을 영화의 시간 106분에 표현하면서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재에도 울림을 준다는 점을 나타내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후퇴가 패배는 아님을, 왜 젊은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나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왜 젊은이들이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나?'는 도슨(마크 라이런스)의 말에는 군인이 아닌 일반 민간인들까지도 왜 구출 작전에 목숨을 걸고 참여했는지를 한마디로 설명해 준다.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에 폭격기가 뜨면, 몇 초 뒤에 폭탄이 떨어지고 생과 사는 오롯이 하늘에 맡겨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영화 초반부터 몇 차례 반복되는데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덩케르크 해안에서 자칫 방심하다가는 한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1분 1초 쉬지 않고 폭격이 난무하는, '일상과도 같은 죽음'을 감내해야 했던 현장의 긴장감과 비극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죽음이 곧 일상이었던 곳을, 언제 폭격이 닥쳐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그곳에서 젊은이들은 그렇게 애꿎은 총알받이가 되어야 했다. 그들을 구출하겠다며 자발적으로 현장에 가는 도슨 부자나, 희박한 확률에 희망을 걸고 작전 명령을 내린 사령관, 자신은 적의 포로가 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의 구출을 위해 미끼가 되었던 파일럿, 절체절명의 순간, 프랑스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국군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릴 뻔한 깁스 등, 영화 속 인물들은 그렇기에 모두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는 패배에 의한 후퇴지만 이들의 '생을 위한 도전'은 결코 실패나 패배했다고 할 수 없다. 놀란 감독이 보여주는 1시간, 하루, 일주일이란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과 상황이 하나로 합쳐질 때 오는 그 묵직한 울림은, 그저 그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했던 노인의 말 한마디와 차마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뭉클함과 벅참으로 이어진다.

 

덩케르크에 대한 국내외 반응

1) 가능한 한 가장 크고 가장 큰 소리의 아이맥스에 최적화 된 영화관에서 볼 것. 완전히 색다르고 강력한 전쟁 영화를 마주할 것이다!

2) 잔잔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이 넘친다. 가슴이 터질 듯 뛰게 만들고 긴장으로 손톱마저 물어뜯게 한다.

3) 그저 장관이다, 덩케르크는 당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기념비적인 영화이다. 놀란은 비상사태의 비극을 훌륭하게 표현하다.

4) 전쟁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현실감!

5)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전쟁의 모든 비극을 압축적으로, 또한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이렇듯 덩케르크는 개봉 당시에도, 현재까지도 많은 국내외 관객들이 극찬에 극찬을 마지 않는 기념비적인 전쟁 영화이다. 나조차도 놀란의 작품 중 2번 이상 본 작품은 이 영화가 유일하며 가장 인상적이며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이 영화를 뛰어넘을 전쟁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란 의문마저 들 정도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육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덩케르크에서 철수한 약 40만 명의 군인들의 모습 위로 끝까지 싸울 것이란 대사가 흘러나온다. 후퇴했다고 해서 결코 항복하고 패배한 것은 아님을. 그것은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바탕이 된 정신이자 민간인조차도 작전에 동참하여 적과 맞서게 한 힘이자, 놀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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