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by 해랑09 2023. 3. 16.
반응형

"세상이 이러한데 시가 쉽게 쓰여진다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갔어?"

 

격동과 고통의 시기, 가장 빛나던 청춘

영화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기, 시인 윤동주와 그의 영원한 벗이자 사촌 형인 송몽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초 천만 영화를 달성했던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윤동주와 송몽규 역할에는 당시 거의 신인과 다를 바 없었던 강하늘 배우와 박정민 배우가 맡았다. 강하늘, 박정민 배우의 캐스팅이 찰떡같이 잘 어울릴 정도로 윤동주와 송몽규란 인물이 지닌 성향과 스타일은 두 배우와 잘 어울린다.

 

윤동주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암흑의 시대에서 자신의 신념을 끝내 지키고 자신의 가치관과 나라의 독립에 대한 마음을 시에 표현하고 저항한 인물이다. 반대로 송몽규는 조금은 생소한 독립운동가일 수 있는데, 윤동주와 함께 일생을 독립운동을 위해 살며 자신의 신념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행동하는, 윤동주와는 다른 결의 인물이다. 두 사람이 성향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암흑과 절망의 시대에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마음과 결의, 독립에 대한 마음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가슴 아프고 비극적이었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윤동주와 불의에 저항하며 신념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송몽규는 지금은 영원한 별이 되었지만 가장 암흑의 시대에 가장 빛나는 청춘이란 생각이 든다.

 

시작은 저예산 독립 영화로, 끝은 입소문 흥행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며 윤동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아 저예산 영화로 시작했다는 점과 유아인 배우가 윤동주 역할을 하고 싶다는 제이를 먼저 했지만, 감독이 유아인이라는 이미 잘 알려진 스타를 기용하여 그 인지도에 기대고 싶지는 않다며 거절했다는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총 제작비 5억 원의 저예산으로 감독과 제작진 측에서 고인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며 별다른 홍보나 프로모션 역시 거의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독립 영화들의 자리를 뺏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다양성 영화로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영관 수도 극히 적었다. 이 때문에 개봉 당일 관객 수는 약 2만 명 정도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4일 만에 20만을 돌파하고 좌석 점유율도 43%로 동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전체 1위를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관객과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100만을 돌파했고 저예산 영화인 데다 홍보비도 많이 들지 않았기에 제작비의 몇 배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당시 암울한 시대상을 바탕으로 했기에 일부러 흑백영화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관심을 끌었지만 현직 한국사 강사도 인정할 만큼 고증도 잘된 작품이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흥행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시인, 송몽규 선생님, 정지용 시인 영화 속 이분들을 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했다. 암흑과 절망의 시대에서 시가 쉽게 쓰이는 것조차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던 윤동주는, 결국 일본 경찰이 거짓으로 죄목을 작성한 서류에 부끄러워서 서명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반면, 서명한 송몽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일본 경찰 그들이 죄라고 말하는 그 일들을 실제로 행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차라리 그렇게 했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분노, 그런 한들이 섞인 서명이자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저항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후반기, 광복이 얼마 안 남았을 그 시점에 유독 친일로 돌아서는 문인과 지식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어쩌면 독립이 될 거라는 가느다란 희망도 다 사그라든, 어쩌면 익숙해지다 못해 무기력해진 그 시대에 독립의 희망, 나라를 잃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들의 평생의 삶 앞에 숙연해진다. 윤동주는 시가 쉽게 쓰인다는 것조차 부끄러워했지만, 영화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사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라를 배반하고 나라를 파는 것만이 친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다를 바 없이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을 돌아보며 잊지 않기를. 그들의 고달프고 아픈 청춘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