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쉼표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삶이 지치는 순간이 있다. 다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며 살던 혜원이 어느 날 무작정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보고 나면 바쁜 도시 생활을 하며 정신 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위로를 선사한다. 영화는 한 번쯤은 쉬어 가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일상에 주변을 놓치고,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닌지 되묻기도 한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자신은 떨어지고 남자친구만 임용고시에 합격하자 무작정 짐을 싸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향집에 오긴 했지만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 그녀가 수능이 끝난 후 떠난 어머니 덕에 집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의 온기가 없던 집을 정돈하고 인스턴트가 아닌, 자연의 재료로 한 끼니, 한 끼니 직접 만들어 자신에게 대접해 주며 혜원은 일상의 힐링을 되찾는다. 혜원은 고향의 은행에서 일하는 친구 은숙과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고향에서 농사를 배우는 재하를 다시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일상의 휴식을 되찾고 힘을 얻는다.
서울에서의 하루하루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인스턴트 식품들, 진상 손님에 치이고 사람에게 치이는 도시에서의 삶과 다르게 혜원이 돌아온 고향은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적막한 집조차도 위로가 되어 준다. 계절에 따라 제철을 맞은 자연 식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먹는 건강한 한 끼니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존재만으로도 휴식이 되어 주는 친구들, 하루하루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조용한 고향의 일상을 보다 보면 혜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행복감을 준다.
사람간의 소통과 이해, 그리고 진심
혜원은 수능이 끝난 후 이제 혜원이 다 컸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삶을 위해 떠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 엄마한테서 배웠던 요리를 복기하고, 엄마가 남긴 레시피를 다시 읽으며 한 끼 한 끼 건강한 밥상을 차리면서 혜원은 엄마를 떠올리며 그녀를 이해한다.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와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과 어린 시절 혜원과 엄마의 추억이 교차로 보여진다. 더불어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혜원은 엄마의 진심을 다시금 깨닫게 되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를 엄마를 추억하며 그녀의 삶도 자신의 삶도 응원하게 된다.
또한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있어도 단 한 사람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던 서울에서의 삶,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는 진상 손님과는 달리,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를 해주는 혜원의 고향 친구들은 그녀에게 삭막한 도시와는 다른 따스한 소통을 전해준다. 자연의 땅에서 나는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그것으로 요리한 정성 어린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해와 소통이라는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편의점의 인스턴트 음식보다 손이 간 직접 만드는 음식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여유가 느껴지듯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마음을 나누는 것도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휴식을 통해 얻은 다시 시작할 용기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알차게 마음속을 정비한 후,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 또 다시 일어설 힘을 되찾은 것이다. 배춧잎 된장국, 따끈한 수제비, 떡케이크, 김치 부침개, 꽃 파스타, 에그 샐러드, 아카시아 튀김, 콩국수 등 영화 속에서 사계절 동안 많은 음식이 나온다. 그 음식들과 계절과 함께 혜원의 상처받은 마음도, 불안했던 마음도 한결 치유되었을 것이다.
때로는 별것 아닌 작은 것들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한다. 그것이 사람의 말 한마디가 될 수도, 따끈한 음식 하나가 될 수도, 겨울을 지나고 땅에 살며시 핀 새싹이 될 수도 있다.
마치 모든 것이 잘 안 풀려 현실 도피처럼 고향이 온 혜원이 스스로가 도망친 것 같다고 여겼을지라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점은 떠나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한 순간이라도 나를 위해 잠시 쉼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다면, 새로운 눈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 못 보고 지나쳐 온 것들에, 사람에 또 다른 이해와 진심이 닿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휴식의 시간 이후에 다시 또 시작할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잘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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