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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큰 재앙을 막는 의무와 희생

by 해랑09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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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다녀올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화려한 비주얼과 새로운 이야기

전작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에서도 대흥행을 이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돌아왔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라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섬세한 그림체와 아름다운 비주얼이 이번 신작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고편에서부터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제목만 보고는 어떤 이야기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이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문을 여는 것이 아닌, 닫으려 하는 이야기'이며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되는 작품 만들기를 목표'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여주인공이 직접 몸을 부딪히며 싸우는 '액션 영화'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 이유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중 액션 전문 애니메이터가 가장 많이 참여한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2022년 11월에 개봉했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3월 8일에 개봉했다.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 대흥행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이기고 싶다고 했지만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좋은 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데 반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굳건히 박스오피스를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 아성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천재지변이나 재난을 소재로 하면서도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따뜻한 그림체와 감성이 어우러져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지금까지 봐 왔던 감독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와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또 다른 감독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큰 재앙을 막는 의무와 희생

규수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근처에 폐허가 있냐고 문을 찾고 있다고 하는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가 찾는 곳을 뒤쫓아 온 폐허에서 낯선 문을 발견한 스즈메는 뭔가에 홀린 듯 문을 열고 만다. 곧바로 마을에 갑작스러운 지진이 발생하고 문 안에서 정체불명의 이상한 물체가 나온다. 가문 대대로 이어진, 문을 봉인하는 임무를 맡은 소타는 열린 문을 닫으려 하고 뒤늦게 스즈메는 그를 도와 간신히 문을 봉인하는 데 성공하고 재난을 막는다.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처음 보는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도망친다. 그때부터 다이진을 잡아 소타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재난의 문을 막기 위해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난다.

 

소타가 변해 버린 의자는 스즈메가 어릴 때 떠난 엄마의 유품이었고 재앙을 막는 여정을 이어 가던 중 고향에서 스즈메는 어릴 적 엄마를 찾다 문 너머에서 죽은 엄마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사실은 문 너머의 재앙을 막는 요석이었고 그 요석을 뽑아낸 스즈메 덕분에 다이진은 자유의 몸이 된 반면, 소타를 의자로 변하게 해 새로운 요석이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함께 재난을 막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점점 소타는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잃게 되고 요석이 되어 간다. 그사이 스즈메는 소타에 대한 감정이 커지고 일본 전역을 뒤흔들 대재난이 일어날 시점에 소타를 요석으로 희생시켜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만다.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절대다수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소타는 자신의 의무인 문단속을 위해 기꺼이 요석이 되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못 다 한 생에 대한 미련, 스즈메를 만난 후의 감정들 때문에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에 크게 좌절한다. 스즈메 역시 어릴 적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소타까지 잃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크게 동요한다. 이렇듯 영화는 스즈메가 다이진을 붙잡아 재난을 막고 소타까지 구하게 되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개인의 희생,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일본 및 국내 반응

*상상을 초월하는 신카이 감독님 역시나입니다

*스즈메의 긍정적인 강한 자세가 돋보인다

*평소 따분하게 소비하는 시간의 이면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만남과 모험이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많은 작품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일본에서 좋은 평을 받은 데 이어, 대체로 한국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대체로 한국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감독의 전작 '날씨의 아이'보다는 후하지만 '너의 이름은'보다는 아쉽다는 평이 많다. 

그렇지만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이번작도 재난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에 대한 애도나 기리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너의 이름은'이 비극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폐허가 된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을 스즈메의 의식을 통해 불러냄으로써 잊힌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 과정을 통해 스즈메 역시도 자신의 기억 속에만 있던 엄마를 문 너머에서 다시 마주하며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하고 한층 성장한다.

 

상실이 상실로 끝나지 않고 트라우마가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보듬어 주는 감독의 방식은 스즈메가 문을 닫고 재난을 막는 모습에 투영된다. 문단속을 하는 스즈메와 소타의 간절함에는 폐허가 된 모든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잊지 않겠다는 어떤 결심마저도 느껴진다.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한 정서를 생각하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피할 수 없을지라도 피하고 싶고 할 수만 있다면 막고 싶고, 그로 인해 떠난 사람을 잊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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