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극 케미의 달콤 살벌 계약 연애
연애대전은 어릴 때부터 남자라면 절대 질 수 없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여자 여미란과 여자를 병적으로 싫어하지만 배우로서는 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남자 남강호의 계약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캐릭터는 소개부터에서 완전히 상극을 달리고 있는데 극 중 변호사인 여미란이 생계를 위해 취업한 로펌이 연예기획사 전문에 남자 변호사만 뽑는 곳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로펌 '길무'에서 유일한 여자 변호사로 일하며 로펌에 들어오기 전부터 강호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미란은 강호에게 접근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전담 변호사가 되기까지 한다.
한편, 탑을 달리는 배우인 강호는 멜로 장인이라 불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대 여자 배우와 스킨십신을 찍을 때는 꼭 약을 먹고 촬영해야 할 정도로 여성 혐오가 심하다. 그러던 중, 강호는 액션이 많은 영화를 찍게 되고 정형화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미란의 싸움 실력을 본 후 미란에게 싸움 액션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둘은 전담 변호사와 액션 스승과 제자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게 되고 스캔들이 터지게 된다. 스캔들과 더불어 때아닌 강호의 게이설까지 나돌게 되고 강호의 소속사 대표 도원준은 게이설을 무마하기 위해 미란에게 강호와 계약 연애를 해 달라고 제안한다. 강호를 싫어하던 미란은 연애하는 척하며 강호에게 상처 주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강호 역시 미란을 이용하기 위해 연애하는 척을 한다. 그렇지만 둘 사이의 달콤 살벌한 계약 연애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맞이하며 어쩐지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치유하는 사랑은 견고하다
미란과 강호 둘 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미란은 학창 시절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현장을 본 이후, 남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고 강호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미란은 첫사랑의 실패 후 변호사로 사는 현재까지 어떤 일에서 남자한테 지는 것은 죽기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남자가 하는 건 여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자만 가득한 로펌에서도 꿋꿋이 버텨 낸다. 그러면서도 오는 남자 막지 않고 가는 남자 붙잡지 않으며 자유연애를 즐기는 미란은 '진정한 사랑'은 그녀의 인생에 없는 말처럼 모든 남자는 똑같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강호도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모두 자신의 몸값을 높여서 어떻게든 돈 많은 남자를 통해 인생 역전하려는 사람들이란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란 직업을 가진 그는 현장에서 계속 여자를 마주해야 하고 스킨십을 해야 해 그때마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지만 여자에게만큼은 지지 않으려는 그의 말과 행동은 어쩐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상극의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려는 계약 연애를 시작한 다음부터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간다. 강호는 자신이 익히 봐 왔던 여자들과는 다른, 여자라고 대우받으려 하지 않고 여자라서 못 한다고 하는 것 없이 당당하고 파워풀하며 웬만한 남자들을 압도하는 미란에게 난생처음 편견을 벗은 호기심을 느낀다. 그동안 숱하게 남자를 잠자리 상대나 복수의 상대로만 봐 왔던 미란도 자신에게 진심을 갖고 다가오는 강호에게 혼란함과 동시에 설렘을 느낀다. 강호는 서서히 미란에게 빠져들며 약을 먹지 않아도 미란과는 스킨십이 가능함을 깨닫고 점차 자신이 받았던 오랜 상처를 극복해 간다. 미란도 과거가 드러나는 바람에 배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강호가 커리어를 다 걸고 자신을 지켜주는 모습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만다.
서로에게 가장 최악일 수 있는 남녀가 서로의 진심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피운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때에도 둘은 서로를 향한 진심을 확인하고 사랑을 지켜 낸다. 나만이 가진 깊은 상처를 치유해 준 단 한 사람이 'only one'이 되기에 둘은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견고한 것이다.
연애대전 해외 반응 및 관람 포인트
연애대전은 공개 이틀 만에 미국에서는 8위에 랭크되었는데 한국의 로맨스물이 미국에 탑 10위 안에 랭크된 것은 2022년 사내연애에 이어 2번째다. 다만 사내연애는 동시 방영작이었던 데 반해 연애대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동안 한국의 로맨스물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영어권 국가, 특히 미국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점에서 흥미롭다. 국내에서도 그동안의 로맨스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며 입소문을 탄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별다른 홍보 영상 없이 입소문과 썸네일만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잘 만든 영화나 시리즈는 장르가 무엇이든, 어디를 가든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애대전은 한 줄로 요약하면 상극인 두 남녀가 3개월간의 계약 연애를 하는 이야기인데 로맨스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계약 연애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하면서도 로맨스의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소 과장스러운 연출이나 익살스럽고 짓궂은 김옥빈의 연기는 보는 내내 재미를 주는 요소이다. 또한 강호의 소속사 대표인 도원준과 미란의 룸메이트이자 단짝인 신나은의 커플 케미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사람도 강호와 미란의 일로 얽혔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숨기고 인정하지 못하다가 발전하게 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은근한 썸을 타는 모습도 흥미롭고 티키타카하는 모습만 봐도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질 만큼 비주얼로도 합이 좋은 서브 커플이다.
연애대전을 보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는 고지식하고도 진부한 말이 결국엔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극 중 미란이 '진짜 좋은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것 같아'라고 하는 말이 결국 그 사람을 통해 변화된 내 모습이 좋아질 때 우리는 진짜 임자를 만났다,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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