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조커> 영화는 조커의 탄생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고담시를 배경으로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이 어떻게 '조커'라는 인물로 바뀌는지가 전반적인 줄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커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그동안의 베트맨 시리즈나 다른 영화에서 많은 조커들을 봐 왔지만 개인적으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이 영화에서의 조커가 단연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수상을 받은 것도 그렇지만 123분의 영화 러닝타임을 온전히 원톱으로 끌고 가고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고 다 보고 나서는 그의 조커에 동화돼 감정적 동요를 일으킵니다.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공공장소에서 상황에 맞지 않게 웃음을 터뜨리고 멈추지도 못하는 증세와 불안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며 코미디언 머레이 쇼를 보는 즐거움을 가지고 코미디언이 되어 무대에 오르겠다는 꿈을 꾸며 선량한 소시민으로서 삶을 살고 있는데요.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름대로 병원에도 다니고 약도 먹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의사는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고 고정적인 직업이 없는 그로서는 삶이 버겁기만 합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발작 증세로 원치 않는 시비가 붙게 되고 결국 그는 가지고 있던 총으로 첫 살인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 지하철에서의 살인이 그의 세상에 대한 원망, 분노, 억압된 감정을 끌어내게 되고 이로써 그는 소시민 아서 플렉이 아닌, '조커'로서 각성하게 됩니다.
세상이 미쳤나, 그가 미쳤나
아서가 첫 살인을 저지른 후, 언론을 통해 죽은 사람들이 웨인 엔터프라이즈사의 직원들이었음이 밝혀지고 당시 아서는 광대 마스크와 분장을 하고 있었기에 신상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태도와는 반대로 고담시의 빈민들은 부자인 웨인사 사람들을 죽인 광대를 옹호하고 세상은 점차 광대에 열광하기 시작하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영화 속에서 아서가 한 주요 명대사로 '내가 미친 건가요, 세상이 미친 건가요?'란 대사가 있는데요. 영화의 중후반부를 보다 보면 그 대사가 주는 울림이 크게 다가옵니다. 아서는 상담을 받으러 다시 병원에 가지만 시에서 지원이 끊겨 더 이상 상담을 이어갈 수 없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평소에도 아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상담사는 아서의 이제 앞으로 어디서 약을 구하냐는 말에 미안하다는 말만 하며 '아무도 당신 같은 인간의 사정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신 같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원해야 할 일들이 그 사람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없애버리는 것은 아이러니한데요. 지금 현실의 우리나라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후, 아서는 우연한 기회로 스탠딩 무대에 서게 되고 호감이 있는 소피와도 데이트를 하지만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그 얘기를 해도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자신의 말만 할 뿐입니다. 어머니가 아서에게 늘 편지를 부치라는 말을 하는데요, 그 편지를 우연히 본 아서는 자신이 토머스 웨인의 아들이었음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아서는 웨인을 찾아가 자신이 아들이라 말하지만 집사에게 어머니의 망상일 뿐이라며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극중에서 비극적이게도 아서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아서와 그의 어머니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고 무시만을 일삼습니다. 그의 우상인 머레이 쇼에서 아서가 스탠딩 무대에 서서 코미디를 했던 영상을 틀며 대중들과 비웃었던 머레이도 마찬가지고요.
아서가 어떻게 조커로 되어가는지 사연들을 보다 보면 그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임에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그의 환경에 답답함과 불편함,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그의 세상에 대한 원망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범죄자가 되는 게 차라리 그에게는 소시민으로 사는 것보다 더 낫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니 말입니다. 세상이 미쳤는지 그가 미쳤는지란 대사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다니는 질문이었습니다.
메소드 연기가 만들어낸 걸작
베트맨 시리즈의 조커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베트맨 시리즈 속의 조커는 악독하고 감정이 없는 싸이코패스와 같은 범죄자로 그려지지만, 이 영화에서의 조커는 소시민으로 살던 한 남자가 사는 삶을 보여주면서 그가 어떻게 조커가 되고,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커가 아닌 한 남자, 아서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그의 환경 속에서 한편으론 그에 대한 연민 역시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저 상황 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조커에 그대로 빙의한 듯한 연기는 원톱으로 영화를 끌고 가며 러닝타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꼽는 명장면, 계단에서 춤 추는 장면은 영화를 본 지 꽤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씬이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만 보면 그의 삶의 고단함과 비극에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겠지만 웃고 있어도 웃을 수 없던 남자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는 지점을 발견하며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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