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설정과 배경, 화려한 비주얼
코코는 멕시코의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영화 속 주 배경이 '저승'이다. 저승 세계가 배경인 만큼 대부분의 캐릭터들도 해골로 표현된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 표현하는 저승은 기존에 생각해 왔던 저승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시종일관 밝고 다채로운 색감들로 빛과 화려함을 표현한 저승은 저승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천국과도 같은 느낌마저 든다. 더불어 어린이와 성인층 관객 모두에게 자칫 매우 무겁고 진중한 소재로 다뤄질 수 있는 죽음,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주제로 다룬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매우 독특하고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 특유의 밝은 사후세계관과 흥겨운 음악들, 가족애, 꿈을 향한 열정까지. 많은 주제를 완벽히 조합해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실제 멕시코에서 이 '죽은 자의 날'에 대해 살펴보면 시기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은 휴일에 준한다. 관공서와 학교는 공휴일이며, 사기업과 은행은 정상 근무를 실시하나 대부분 단축근무를 한다. 시기가 비슷한 핼러윈과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멕시코 역시 핼러윈 개념이 도입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것을 보면 마치 축제적인 성격이 강한데, 실제로 멕시코에서 망자의 날 동안 사람들은 해골 모양의 장식물을 만들거나 해골 분장을 하며 퍼레이드를 하고, 집 안에 해골 장식물, 죽은 자들의 사진, 주황색 멕시코 국화 잎으로 제단을 만들어 죽은 자를 기린다. 망자의 날에 쓰이는 해골은 죽은 가족들과 가족들의 조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을 찾아 보면 영화 속 해골들의 모습과 실제 멕시코에서 망자의 날에 쓰는 해골 가면들이 꽤 비슷하고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코'에 담긴 의미
주인공 미구엘의 집안은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 이후, 집안에서는 음악이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미구엘은 최고의 뮤지션인 델라크루즈를 워너비로 삼으며 음악을 하고 싶어하고 '죽은 자의 날'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데 미구엘은 오래된 사진에서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델라 크루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수가 되겠다는 미구엘의 말에 할머니는 기타를 부숴버리고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려면 기타가 필요한 미구엘은 악기를 빌리지 못하자 델라크루즈의 제단에 보관해 둔 기타에 손을 대고 만다. 그 일로 미구엘의 눈에는 망자들이 보이게 되고 저승에 발을 딛게 된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채로 저승에 발을 디딘 미구엘은 현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망자의 축복을 받아야 했다.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를 찾아 축복을 받으려 하고 그 여정에 헥토라는 망자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델라 크루즈를 찾는 데 성공하지만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헥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헥토가 지은 곡들을 델라 크루즈가 뺏어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저승의 세계에서도 산 자들이 망자를 완전히 잊게 되면 저승에서도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데 가족 중 유일하게 헥토를 기억하는 미구엘의 증조할머니 코코가 그를 서서히 잊고 있어 헥토가 저승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델라 크루즈를 응징하고 현세로 돌아온 미구엘은 헥토가 코코를 위해 작곡한 'remember me'란 곡을 연주하며 코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를 기억해 달라고 한다.
잊힌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
영화의 후반부까지 봐야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코코'였는지도,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코코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자 주제라고 볼 수 있는 극 중 'remember me'라는 노래만 봐도 영화는 '기억'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 단순히 사후세계를 즐겁게 표현하고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넘어서 기억과 추억이라는 소재까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미구엘이 코코에게 헥토를 기억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단지 육신이 생을 다해서 저승으로 떠난 것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누군가에게 완전히 그 존재가 '잊힌다는 것'이 진정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코코가 아버지 헥토를 떠올리면서, remember me 노래가 귓가에 울리면서 나 역시도 떠나간 가족들을 떠올려 보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 저승으로 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섭고 슬프지만, 코코 영화에서처럼 이토록 따뜻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먼저 떠나간 이들을 떠올리는 게 조금은 덜 괴롭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또한, 미구엘과 코코가 헥토를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한, 그가 저승에 계속 존재하는 것처럼 내 기억 속에 떠나간 이들이 잊히지 않고 남아 있다면 영원히 마음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를 기억하는 한 영원한 죽음은 아닌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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